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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 박살 내겠다”… 직원 길들이는 '취업 방해' 백태

직장갑질119 상담 사례, 이직한 회사에 "조심하라" 전화
"쿠팡 블랙리스트, 사실이면 범죄…회사 고유권한 아냐"
직장인이 퇴사하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김주희(가명)씨는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이 업종에서 일하지 못하게 소문을 내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김씨가 이직을 하자 이 회사는 새 회사 대표에게 전화해 “김씨를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임금체불과 취업방해로 고통받은 김씨는 “무섭고 두려워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18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밝힌 취업방해 고충 상담사례 중 일부다. 취업방해는 근로기준법상 엄연히 불법이지만, 일터에서는 직원을 길들이는 수단으로 암암리에 악용되고 있다는 게 이 단체의 지적이다.

직장인 최준모(가명)씨는 회사로부터 자진 퇴사를 강요받았다. 자진 퇴사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어 회사에 ‘권고사직’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회사 측은 그러면서 “예전에 사직한 사람이 지원한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부정적 평판을 전달해서) 그 사람은 불합격됐고 앞으로도 이 바닥에 못 들어올 것”이라고 위협했다. 최씨를 순순히 그만두게 하는 방법으로 취업방해를 활용한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은 취업방해가 두려워 부당한 일을 겪고도 신고를 주저한다. 학교 비정규직 교원인 이수영(가명)씨는 상사와의 면담에서 예전 팀장의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털어놨지만 “이 학교에서 그만 일하고 싶으냐” 등의 말을 들었다. 정규직 전환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한 이씨는 결국 “면담 내용을 비밀로 해 달라”고 했다. 다른 사례자는 팀장의 폭언이 계속돼 이직을 준비했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팀장이 자신을 불러 "업계 평판을 박살 내버리겠다"고 위협했다고 증언했다.

근로기준법은 ‘취업방해 금지’ 조항에서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명부를 작성하거나 통신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직장인 입장에서는 회사가 취업을 방해하더라도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 직장에서 겪는 괴로움과 부당함이 퇴사로 끝나지 않고 다음 일터를 구하는 과정까지 이어지는 원인이다.

직장갑질119는 “취업방해가 노동자 생존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범죄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용자의 취업방해 행위를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등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이 단체는 최근 쿠팡이 재취업 제한 대상을 정해 명단을 관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쿠팡이 조직적으로 명단을 관리해 명단에 기재된 사람의 취업을 영구히 혹은 일정 기간 배제하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가했다면 근로기준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위반한 것”이라며 “블랙리스트 작성 및 운영은 결코 회사의 고유 권한이라는 이름으로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칭찬하다(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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