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열다 뉴스미래를 열다 뉴스

유전자 검사로 불필요한 암 치료 막는다

유전자 검사로 불필요한 암 치료 막는다

'바이오 최전선' 의과학자 한원식 서울대병원 교수진단업체 디시젠 창업
유전자 검사로 불필요한 암 치료 막는다
암활성도 판단하는 온코프리
유전자 검사로 불필요한 암 치료 막는다
美업체의 절반 비용으로 검사
유전자 검사로 불필요한 암 치료 막는다
갑상선·전립선암 등으로 확대
내년 기업공개 추진도
"불필요한 암 치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법이 있는데도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환자들이 적극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덮어놓고 수술을 결정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국산화에 나섰습니다."
유방암 수술 전문가인 한원식 서울대병원 유방외과 교수가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디시젠을 창업한 배경에 대해 밝혔다. 그는 "유전자 검사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유방암 환자의 유전자 발현 조합이 도출되는데 이때 나온 점수가 높으면 재발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 때문에 항암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며 "반대로 점수가 낮으면 재발률이 미미하다는 신호로 해석돼 항암 치료를 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수술 후 암 치료를 계속할지 말지 결정하는 데 길잡이가 돼주는 서비스지만 미국 지노믹헬스가 만든 온코타입디엑스의 경우 한 번 검사에 드는 비용이 400만원에 달하고 보험 적용도 안 돼 이용자가 적었다"며 "이를 한국형으로 개발해 검사 비용을 절반으로 낮추고자 디시젠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2017년 6월 설립된 디시젠은 환자 검체에서 추출한 179개 유전자의 리보핵산(RNA)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법으로 파악해 암의 활성도, 재발 위험도 등을 진단하는 '온코프리' 기술을 갖고 있다. 현재 전국 66개 종합병원에서 의사 160명가량이 유방암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다. 한 교수는 "과거 암 수술을 받았는데 재발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조직을 바탕으로 온코프리의 정확도를 측정한 결과 온코타입디엑스와 동일한 수준으로 판명됐다"며 "2019년에 온코프리를 본격적으로 상용화했고 현재까지 4800여 건의 검사에 온코프리가 투입됐다"고 말했다.
암 유전자 분석 업계에서 디시젠의 강점은 창업자가 모두 임상의사라는 데 있다. 디시젠은 한 교수와 오랜 기간 동료로 지내온 신희철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이한별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한 교수는 "환자에게 유전자 분석 프로그램을 처방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의사"라며 "우리가 의사라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의 몸에 직접 칼을 대는 외과 의사들은 의료계 내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집단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려면 '숫자'와 공신력 있는 '논문'으로 효능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디시젠은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고려대 구로병원 등과 함께 임상데이터를 쌓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시젠은 유방암뿐 아니라 갑상선암, 전립선암을 대상으로도 예후 예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한 교수는 "갑상선에서 비결정 조직이 검출되는 경우가 있는데 암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을 때 '모호하니까 떼버리자'고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며 "유전자 분석 기법을 활용하면 단순 현미경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부분까지 볼 수 있어 과잉 수술을 막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디시젠은 미국 지노믹헬스보다 비용이 4분의 1가량 저렴한 100만원대 검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올해 말께 임상 현장에 투입될 것"이라며 "급여가 적용되면 더 많은 환자가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암 환자 외에 일반인의 유전자 300여 개를 분석해 유방암 위험도를 조기 예측하는 서비스인 '호프스코어'도 올 상반기 내 론칭할 계획이다.
의료계에서는 2035년 글로벌 암 유전자 진단시장 규모가 7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시젠은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 성장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현재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헝가리에 유방암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 교수는 "최근 눈여겨보고 있는 시장은 인도와 중동으로 김홍섭 최고경영자(CEO)가 두바이에서 활발히 영업하고 있다"며 "현지의 좋은 파트너를 발굴하고 임상 데이터를 많이 쌓아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상장(IPO)도 추진한다. 그는 "갑상선암 유전자 분석이 시장에 잘 안착해 매출로도 이어지면 IPO도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칭찬하다(24)
허가 없이 전재할 수 없습니다:>미래를 열다 뉴스 » 유전자 검사로 불필요한 암 치료 막는다